가슴에 내리는 눈
바람이 없어도 춤추던 눈송이
고운 임 뛰놀던 언덕위에
어린 소녀의 가슴처럼 소복하게 덮어 두고
동화로 엮어가던
젊은 날의 행복한 추억들을 간직한 채
객지로 향하던 무거운 발길은
누구도 다녀 간 적 없는 상념의 땅에
새 길을 내며
존재의 흔적을 새기려는데
그 위에 또 눈이 내려 쌓이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인생의
지워진 기억들을 떠올릴 때면
받아 온 정 흘리며 걷던
그날의 발자국을 덮어가는
젊은 날의 서러웠던 그 눈송이가
오늘도 내 야윈 가슴에 소복히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