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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성2호

윤드래곤 2018. 9. 6. 01:38

☆석류☆

 

뜰안의 석류꽃이 바람 타고 

담 넘어 열매 맺더니

 

들끓었던 태양 아래

투박한 얼굴

뾰루퉁한입술

 

남몰래 숨겨둔 말 못 할 응어리

붉은 복주머니에 가둬두고

 

한여름 내내 속으로만 

속으로만 삭히다가

 

이제 가슴속에 꽉 차 있는 응어리 

확 터트려 내속 보라 하더니

 

서리발만 아삭아삭

 

 

♡ 나의 고향 草峴 ♡

 

 

구름 벗은 아침햇살처럼

반갑고 정다워라

 

그리움 품속인 듯

내 고향 푸른 언덕

 

바람도 좋고

풀도 좋고

흑도 좋고

 

고향땅의 것이라면

무엇이되도 나는 좋겠네

 

여기는 나의 고향

반갑고 어여뻐라

 

어머니 품속 같은

여기는 영원한 나의 고향

 

 

 

※時草面 "때시 풀초"

: 최초 풀이자란곳

 

" 草峴"리(풀초 언덕현)

: 푸른 언덕

 

 

○ 허 공 ○

 

하늘과 구름

공기와 바람

안개와 이슬처럼

있으면서 만질 수없고

 

하늘과 물이 파란색이지만

만지면 무색이듯

 

파도가 거품이 되듯

잡으려면 사라지는

 

꿈과 같은 존재들이

항상 내 곁에 있으나

 

이 세상 모든 존재는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형체가 없다

 

 

 

♤끝물♤

 

텃밭에 시퍼렇던 오이가

장마에 무럭무럭 자라

이젠 여문 씨앗을 품고

누렇게 긁어져 노각이

되어가고 있다

 

들녘의 볏 잎끝에 않은

아침이슬은 행복에 젖어

떨어질 생각이 없고

알 품은 왕사마귀는 뒤뚱뒤뚱

벼 줄기 오르내리고

쌍쌍히 묶인 잠자리 나 풀거릴 때

 

가죽나무에 매달려

여름 내내 울어대던 매미는

몸속에 진이 다 빠져 입었던 옷

문설주에 걸처놓고

속 빠져나갔다

 

나도 그렇다

시효를 넘긴 고독

젊음의 열정과 희망

모순과 혼란이 식어가는

배역을 마치고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하는 끝물 세대

 

 

첫물은 쓰다 그러나 끝물은 달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하눌타리 꽃♤

 

인적이 드문 밭둑 잡초 사이

사람의 눈길 의식 않고 피어낸다

 

어울렁 더울렁 넝쿨져 

늘 곁에 향기 하나 없이

 

그저 하얗게 침 질질 흘리 듯 

푼수 같은 얼굴이지만 

 

편안하고 정 넘지는 헤픈 웃음

천진난만한 아이의 미소

 

힌머리 풀어헤친 

모시 꾸묵 같은 너

 

빙빙 돌며 타다 사라지는 

불꽃놀이 하는 꽃

 

하늘이란 하눌타리고

우주는 한 채의 집이거늘

 

너ㆍ나, 앞ㆍ뒤, 안. 팤 , 위ㆍ아래

온누리에 사랑과 평화를 애원하는 꽃

 

 

 

"꾸묵"이란 서천 한산모시와관련된용어로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

*꾸묵 : 모시를 째고 남은 짜투리 , 또는 그 뭉치

 

 

♡오솔길♡

 

길가 풀숲 둥지에 들새가

제 체온으로 데울 만큼의

알을 낳아 따스이 품고

 

벌ㆍ나비는 풀꽃마다 

꽃가루 옮기고

달콤한 햇살 아래 

보리수가 한창 익어 가고 있을 때

 

천방산 기슭에 소나기 머금은 

구름이 차근차근 채워가고

천둥소리 피어오른다

 

검정고무신 벗어버린 내 맨발은

붉은 황토발이다

 

맨발 아래 질긴 질경이 풀처럼

생명이 있는 것들이 꿈뜰거린다

 

이 고갯길은 어머니가 

광주리이고 다녔던 

가슴 시린

그 시절 황톳길

 

저무는 황톳길에 길게 깔리는 

석양의 그림자 드리우고

 

내 어린 시절 다니던 길 따라

추억은 아득히 멀어져 간다

내 삶도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호박꽃♤

 

호박꽃은 벌이 들어왔다

가는 줄도 모르나 보다

 

이벌 저벌 수 없이 날아와

발로 차고 침 뱉어도

독침 숨긴 벌을 품고 벙어리가 되어

 

아픈 기색도 없이 난 괜찮다고

순하디 순한 용서의 눈빛으로

늘 맑게 웃는 낮으로

 

 

내 가까이 오는

모든 것을 수용하니

 

늘 벌 때들이 내 주변을 맴돈다

 

언제나 부처님 같은 후덕한 꽃 중에 꽃

 

 

 

● 석양의 노래 ●

 

또 하루가 어느새인가 

날은 벌써 어두워지고

 

어느새인가 사람들은

모두 가고 보이지 않네

 

내가 서 있는 곳엔 쓸쓸함만이

남아 있네

 

어느새인가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정말 보이질 않네

 

노을빛에 물든 

석양의 노래

 

내 젊음

내 젊음을 소급받고 싶다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 81~16 황산대교 인근<금강=백마강서녁하늘>황산옥2층에서

석양(노을)시점 /2017.10.8(일)18:01~18:02

 

 

 

♡ 나팔꽃과 메꽃 ♤

 

들녘 언덕 풀숲에 땅속줄기

서로 얽히고 설켜 자란

나팔꽃과 메꽃이 만났습니다

 

해님이 싫어 아침에만 잠깐 피는

나팔꽃은

메꽃을 처음 보았고

 

햇빛이 좋아 온종일 피는 메꽃도

활짝 핀 나팔꽃을 처음 보았습니다

 

흰색ㆍ연분홍 메꽃이 웃었습니다

남색ㆍ연분홍ㆍ빨강 나팔꽃도 웃었습니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친구를 만난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메꽃이 넌 어디서 왔니?

난 이곳이 좋아서 귀화했어

 

호박꽃이 우리를 얼굴이 닮은 사촌 같데

 

난 사랑받는 둥근하트

넌 일만 하는 쟁기 같데

 

그런데 한해살이라고

일 년만 살다 가라며

주머니에 동전 넣어주던데

 

넌 먹을 수 있는 구황작물

감춰 놓은 보물이라고

볼 수록 어여쁜 꽃이라고

 

나도 착하고 소박한 모습에서

겸손함을 배우며 그리 살련다

 

 

 

달개비꽃

 

한밤중에 숨어서 앙금앙금 눈뜨다가

새벽이슬 빨아 삼키는 너는

아침햇살에 눈을 감고 있구나

 

파란 입술에 나비 날개 훨훨

코 등에 박혀 있는 진 노랑 암술

흔들리면 나비 턱 더듬이 수술

 

꽃 덮개는 소나기가 한 차례 시원스럽게 지난 뒤

하늘빛을 살며시 떠와 물들인 듯한 푸른빛을 띠고 있다

 

그 뒤로 어느 나비 보다도 파란 나비!

금방 손끝에서 날 것 같다

 

그 앞에서 쪼그리고 않아

어여쁜 꽃을 들여다보다

 

나의 하루는 꽃의 빛깔에 따라

파란빛으로 물들고 있다

 

 

 

¤ 폭염에게 ¤

 

연일 이어지는 너 때문에

온 대지가 펄펄 끓는 가마솥

같다

 

111년 만에 찾아와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너 때문에

많이 힘들다

 

열대아로 잠 못 드는 불면의 밤

 

타들어가는 농작물,

쓰러지는 가축...

농민의 가슴은 숯덩이

 

찬바람이 쌩쌩 불고

눈 보라가 몰아치면

 

불현듯이 그리워질 네가 아닌가

 

어차피 한 동안 더 있다가

떠날 거라면

 

쑥스럽겠지만

내 본연의 모습만 쪼금 보여주고

눈 녹듯이 떠나 가렴

 

 

♡ 칡 꽃에 취하여 ♡

 

칡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난다

 

꾸지뽕나무 휘어감고

피어난 꽃은

 

선홍빛일까

자줏빛일까

보랏빛 일까

 

불그스레한 색감 

새콤달콤한 향기가

온산을 휘감는다

 

낮은 곳에서 태어나 

높은 곳까지 오르는

바닥을 뒹굴면서도 

목숨을 연명하는데도

 

세상살이 힘들다고 불평치 않고

늘 밝게 웃는 낯으로

내 가까이 오는 모든 것

벌도, 나비도, 벌레도

 

 

♤ 세월아 ♤

 

 

세월아

세월아

 

너는왜

나와 함께 가려하느냐

 

그러려면

세월아

 

고장이나

나부려라

 

 

♤ 머 루 ♤

 

넝쿨사이 그물 햇살 받아

쪽빛 알알이 포도알 맺혀

 

복주머니 옹기종기 내걸고

보랏빛 구술 되어 익어지면

입 벌려 새콤달콤 입맛 부른다

 

파란 하늘, 높은 구름 벗 삼아

까맣게 까맣게 머루 눈이 될까

 

낮은 땅, 비 먹은 섬 포도, 머루 포도 친구가 될까

뱃고동소리 운무에 젖어 여름잠에 빠진다

 

 

 

*18.7.15(일) 국화도 섬머루

 

 

♧ 풀 꽃 ♧

 

내게 익숙한 주변의

하찮은 풀 한포기도 뿌리가 있고

이름 모를 들꽃에도

꽃대와 꽃송이가 있지요

 

하찮은 작은 존재 일지라도

갖출것을 다 갖춰야 생명이지요

 

뜨거운 태양아래

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소박하고 겸허하게 살아가는

저 어린 풀과 들꽃을 보노라면

살아있는 모든 것 들은

견딜것을 다 견뎌야 비로서 생존하지요

 

저마다 하늘을 열고

저마다 개성과 소신이 있고

점잖은 수염이든 꼬리를 치든

저마다 의미를 갖는 그 어떤 삶도

나름의 삶의 척도가 있지요

 

어울려 세상을 이루는 그대 들이여

저 풀처럼 들꽃처럼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무엇하나 넉넉하지 않아도

 

천천이 들여다보면 우리자신이

뿌려놓은 태초의 씨앗들 때문에

오늘의 삶이 행복하고

더불어 자연과 함께함이 축복이지요

 

 

 

 

     ? 가   뭄?

 

 

새가 울고 있다

 

새야 새야 왜 우니 

 

찍어먹을 물이 없어 목말라 울고 있다 

 

 

더 찍어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 울고 있다 

 

새가 울고 있다

 

새야 새야 왜 우니

 

'나 목말라, 물 좀 줘'

 

 

봉선화(鳳仙花) 

 

처갓집 장독대 봉선화 

신통방통 하게도 

요 며칠 새 

확 폈다

 

해마다 피는 꽃은

그 자리에 피는 꽃은

언제부터 피고 지고

했을까

 

길쭉한 초록

이파리를 엄마 삼은

봉황 모양의 

연분홍 족두리

작은 아기꽃

 

보고 또 보아도

앙증맞기 짝이 없다

언제였을까

마루에 마주 앉아

아내의 손톱 발톱에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가락이 

연붉게

물들여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저 고운 빛깔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금은 꿈속에 본 듯 눈앞에

삼삼이는 그때 그날

 

 

 

 ♧네잎크로바♧

 

무더운 여름날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쉴수있는 쉼의 공간을 마련해 주며 

  

청명하고 맑은  햇살같이 

당신의 정감어린 마음은 

맑고 깨끗합니다.

  

너그러움도 없고 

늘 채워짐이 부족하고 미흡한 

아직 두잎밖에 안되는 내가 

  

당신에게 

"고맙다" 는 말을 

미소와 함께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메울수가 없다"는 

옛 말이 있듯 

  

두잎이 세잎되고 

세잎이 "행운의 네잎" 이 되어도 

다섯잎을 채우려는 끝없는 욕심을 

  

맑고 청명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행운의 네잎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멈출수있는 

 

그래서 소박하고 

아름답게 삶을 살아 갈수 있는 

그런날이 

  

당신과 나에게 

그리고 우리모두의 앞에 올수 있기를 

행운의 네잎크로바를 드리고 가렵니다.

 

 

*18.7.17(화)9:00

대전 유성구 지족동 열매마을1단지 정원내 토끼풀*

 

 

 

♧ 운 무 ♧

 

내 마음에 족쇄 벗어놓고 

저 하늘에 구름 되어 

휭 하니 지구를 돌아 

한 시대의 그름 다 마시고 

 

국화도 허리에 

운무되어 떠돌다 

시린 가슴 녹여져 

그대 가슴에 안길 수 있다면 

하늘창 열리는 곳에 

너와 함께 눕고 싶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국화리 국회도 전망대에서

 

 

 

♤ 참께꽃 ♤

 

장마끝에 대롱대롱

하얗게 핀 종같이

생긴 꽃이여

 

수줍음을 타면서도

벌을 불러들여

 

이 꽃 저 꽃 들랑 달랑

사랑이야기 나누다가

 

열매집에 고소한

알갱이만 안치더니

 

꿈에 부푼 재미있는 이야기

톡톡 여물고 여물었을때

 

살짝 건들려도 우수수 쏟아지는

소리는 기쁨의 소리

 

 

 

 

♤부들 잎♤

 

나는 핫도그를 한입에 물고 있다

 

나는 똑바로 서지 못하고 구부정하다

 

나는 바람과 소리 없이 서있다

 

바람이 날 밀쳐보지만 꿈쩍도 안 한다

 

나는 소시지를 더 먹고 싶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 사촌인 갈대와 억새는 

핫도그 향기에 고맙다고

 

언덕에 바람이 넘을 때까지

연신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부들꽃♧

 

 

날 만나려면 연못이나 습지에서

만날 수 있어요

 

잎으로는 멍석

줄기로는 부채

잎으로는 돗자리

 

나 더러 꼬치에 소세지 끼운

꽃이라고 하네요

 

내몸은 암꽃과 숫꽃이 같이 있어요

 

나를 모아 솜이불과 횃불로

사용한답니다

 

 

 

♤도라지 꽃♤

 

산 그늘에 앉아

솔잎 바람에 머리빗고

가녀린 매무새에

쪽이 예쁜 너

 

온 산이 묵인할때

못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다물고 웃지않는 너

 

굳은입

절개련가 한송이 꺾어다가

한밤중 조등으로 밤길을 밝혀 볼까

 

모진 태풍에도 드문드문 초로롱

딸랑딸랑 대롱대롱

 

 

 

°빗방울°

 

밤새 비가 내렸다

손님처럼..

연락도 없이..

 

아직 마음의 문도

채 여미지 못했는데

두두둑 후두둑

 

어깨를 툭치고

바람같이

치마폭에

안기는 은이슬

 

강아지 풀잎에

맑고 투명한

열매가 맺혔다

하지만 보석같은

열매를 딸 수는 없다

 

은구슬은 손이 닿으면

바로 살아진다

잡을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꿈처럼

 

 

보고 싶고 기다려 노라고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비속에 젖어간다 

나의 마음이..

비가..

내 온몸을 적시며 젖어간다.

 

 

 

♧개망초 꽃♧

 

너는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지만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너는 핀다 

 

더러는 바람과 새파에 넘어지고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너의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너를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넌 흔하다고 쓸모없거나

보기 싫은 꽃이 아니다

개’자가 앞에 붙어있다고

천한 것이 아니다

이름만 개망초일뿐

 

여름 한철을 멋지게 밝혀주는 야생화

올 여름에는 사람마다 초록향기 풍기는

시원한 여름이면 좋겠다

 

널 보낼 수 없는 영혼은 무더운여름에

하얀 기억으로 피는가 

이 땅 발 디딜 곳 어디에나 

그리움 구름처럼 뭉게 피어 

정처없는 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있으니 

 

슬픔이나 미움 다 쏟아내고

살지게 살라고 

너는 

지천을 헤메고 있구나

 

 

민물새우

 

호숫가에 물버들

부드러이 흔들릴 때

 

수면 위로 튀어 오른 징거미

호수의 고요함을 깨우네 

 

조각배 물 위에 떠 있고 

조용히 두 손으로 노를 저어 나가네 

호수의 깊은 물이 파도를 잠재우고 

고요한 물안개가 피어 오네

 

뒤로 튀다 그물망에 뛰어든 성질급한 놈이

호수에 놀러 온 친구들의 대화

를 엿듣고 있다

 

 

*18.6.24(일) 봉선저수지에서*

 

 

♧금성산 오르다가♧

 

산나물 채취하다

눈 마주친 산 짐승

 

산토끼 고라니가 어울어져

뛰 놀다

눈 깜박일새

잽싸게 숲으로 튄

아기 고라니

누렁 산 토끼

 

자기보호을 위해

손살같이 사라져

숨 죽이고 있을거다

 

나도 한 마리의 산 짐승

아카시아 꽃핀 등성이 넘어

넘어

 

갈참나무 숲에 이름모를

멧새 한 마리

놀라는 기색이 없는

멍텅구리 새

 

느긋하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여

너와 같이 참나무 아래 터를 잡고

 

풀꽃 향기 맡으며

솔바람 소리 듣고 앉아

있으리.

 

 

♧막거리♧

 

차갑고 잘난체 잘하는

건달같지 않은 너

 

거만하고 사치스럼 없는

수더분하고

텁텁한 쌀 뜨물 같은 너

 

투박하게 배어있는

진하고 걸쭉한 너

 

친근하고 평온한

순하디 순한 부담없는 너

 

피로와 배고품을

채워주는 마술같은 너

 

 

2018.5.31(목)10:00서천들녘에서

 

 

 

빛과 소리

 

송내천 뚝방따라 걷노라니

써레질 들판 논거울에

얼비친 가로등불 화음 이룰때

 

일상에 받은 상처

힘든 하루보내고 맞이하는 밤

 

마음의 짐 내려놓고

음악에맞춰 가로등불 흔들며

실컷 울어도 되는 밤

 

발자국 소리 가슴조인 개구리야

세파에 관여치말고 실컨 울어라 개구리야

 

 

2018.5.29(화)21:20~

*송내천 :서천군 마서면 덕암 ~송내 ~금강(국립생태원주변)

.

 

 

 

봉선호

 

물 위에 떠있는 

물새 한 마리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노니는 물새 동태를

찍으려다 찍다가 찍어보지

못하고

 

살금살금 숨죽여

그대와 눈맞주치는 순간

훌쩍 떠나는 논병아리

 

투덜투덜 투벅투벅 

발길 돌릴 때 

 

황새가 둥지 틀다

깜짝 놀라 퍼득거리네

 

이곳이 선경이라

무릉원과 다를 바 없는 

 

지명도 풍경과 적절한 鳳仙池

새봉 /신선선 봉황새가 쉬는 곳

 

고요하고 편안한

새들의 안식처

난, 그저 새들과 함께하고 싶다

 

 

 

♡세파♡

 

 

 

산행길

절벽 돌 틈사이

 

 

연분홍 다홍이

 

5월의 햇살아래

활짝 웃고있다

 

남들 보기에는

매마른 돌밭인지 몰라도

 

단출한 우리가족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며

 

함박 웃음 짓고 있는

진달래 꽃송이

 

 

 

 

저녁 노을

 

길산천변지나다, 꼭 그맘때 

천방산 봉우리에 둥근태양이

 

꼭 그맘때

활활 타다 남은 저녁놀 

 

그 놀을 어떻게 

그대로 그릴 수가 있겠니. 

 

혼자 보기 아까와 

친구 부르러 간 사이 

몰래 숨어버리고 만 그 놀을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니. 

 

그러나 나는 

나에게도 놀을 주고 

너에게도 놀을 준다. 

 

우리의 꿈은 놀처럼 곱게 

타올라야 하지 않겠니. 

 

때가 되면 조용히 

숨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저녁 놀 

 헤지고 깜박 숨지는 

 황홀황홀한 저 한 점. 

 

 

 구름 흩어지며 

 산산 조각이 나도, 

 

서녘 하늘은  마지막 거룩한 잠자리

낙조는 빈 하늘 한 가닥  서광으로 남는다.

 

 

 

*시초면 태성리 ~용곡리방향 길산천변 친구와함께 지나다가/'18.5.13(일)18:20

 

,                                                                            

 

♧봄 숲길 ♧

 

 

 

푸릇푸릇한 잎새들이

 

돋아나는 봄날

 

 

나지막한 작은 산들에

 

아직은 숲이 울창하지 않아

 

더 잘 드러나 보이는

 

산길을 바라보노라면

 

참 아름답다는 말이

 

입 밖으로 자꾸만 나온다

 

 

누가 저 숲 사이로

 

처음 길을 내었을까

 

그 때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애환을 갖고

 

오고 갔을 저 숲길

 

 

봄날의 숲길은

 

어느 그림 잘 그리는 화가가

 

그려 놓은 것처럼

 

참 아름답다